영국 첼시 플라워쇼(Chelsea flower show)란?
영국 첼시 플라워쇼는 세계 최대의 정원 및 원예 박람회입니다. 영국의 왕립원예협회(RHS: Royal Horticulture Society)에서 주관하며, 개최 시기는 일정하지 않지만 대체로 매년 5월경 약 4일 동안 열립니다.
정원을 축소하여 만든 쇼가든(show garden)이 최고의 볼거리로 꼽히는데, 여기에 참가하는 업체나 단체는 왕립원예협회에서 18개월 전부터 그 기획서를 검토하여 엄격하게 선발됩니다. 새로운 정원 디자인이나 새로운 재배 기술을 가진 업체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며, 신인 가든 디자이너의 등용문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많은 정원 예술가들의 꿈의 무대로 통한다고 합니다. 또한 쇼가든(show garden)의 전체적인 조화, 디자인과 건축, 정원의 식물들, 특별한 장식 등 4가지 항목의 평가를 종합하여 금·은·동메달을 수여합니다.
첼시 플라워쇼에서는 정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크기의 꽃 작품도 전시되는데, 매년 이 쇼에 나오기 위한 플로리스트들의 경쟁률도 엄청납니다. 전시작품 이외에도 정원관리에 사용하는 각종 장비, 장식품, 모종 씨앗, 아이디어 상품, 그림 등 다양한 물품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여러 식물을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할지, 혹은 어떤 구조물을 사용하여 자신의 정원을 꾸밀 수 있는지 샘플을 보여주고, 또 고민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처럼, 플라워쇼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원예산업과 소비자를 연결 짓는 것입니다.
2015 첼시 플라워쇼(2015 Chelsea Flower Show)
이번엔 저의 2015년 첼시 플라워쇼 경험을 풀고자 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1편과 2편으로 나눌 생각입니다.
The M&G Garden – The Retreat
후원: M&G Investments
디자이너: Jo Thompson
2층짜리 오크 프레임의 건물과 부드럽고 우아한 식재가 돋보이는 정원입니다. 정원에는 장미, 아이리스, 제라늄 등을 식재하였다고 하는데 부드럽고 조밀한 소재의 식재를 사용하여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정말 조화롭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라색 꽃과, 자주색 잎의 나무를 사용한 것이 초록색 잎과의 대비를 만들어 강렬하고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면 정원에 사용한 돌 벤치의 마감이 얼마나 디테일한지 한참을 감탄했던 기억이 있고, 식재 배치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정원이었습니다.
The Beauty of Islam with Al Barari Firm Management LLC
후원: Al Barari Firm Management LLC
디자이너: Kamelia Bin Zaal
디자이너인 카멜리아의 첫 번째 쇼가든이라고 합니다. '이슬람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휴식을 취하며 영감을 느낄 수있도록 설계된 정원이라고 합니다. 정원의 질감과 조각품은 아랍과 이슬람 문화, 그리고 이슬람 예술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식재 요소로는 자스민, 로즈마리, 파피루스를 사용하여 아랍제국의 성장을 상징하였다고 합니다. 흰 자갈을 사용하고 연회색 조형물을 사용하여 색채의 대비를 이룬 것이 인상 깊은 정원입니다. 강한 색깔의 식재보다는 녹색과 흰색만 사용하되, 질감으로 변화를 준 점이 아주 절제되었지만 이정원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Royal Bank of Canada Garden
후원: Royal Bank of Canada
디자이너: Matthew Wilson
여러 조형물들이 인상 깊은 정원입니다. 심지어 나무도 조형적인 형상을 띈 것으로 아주 잘 고른 듯합니다! 정원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며, 무관개 '건식 정원'과 중앙에는 수확 및 저장 구역, 식용 정원이 있으며 높은 좌석과 식사 공간이 있습니다.
원형의 케스케이드 분수 같은 것은 담수 보존의 중요성을 보여줌으로써 지속 가능한 삶을 탐구했다고 합니다. 속에 숨겨진 의미와 대상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나니 더 깊이 있는 정원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형물에 눈이 먼저 가서 자칫하면 정원의 의도를 읽지 못하는 정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물로 그만큼 조형물의 디테일이 멋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L’Occitane: A Perfumer’s Garden in Grasse
후원: L’Occitane UK Ltd
디자이너: James Basson
록시땅에서 후원한 정원인 만큼 향기가 그 주제로 통하는 듯합니다. 정원은 향수의 역사와 산업에 대하여 자연주의적인 시각을 반영하여 설계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오늘날엔 향수에 대한 그라스(gra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식물로는 오스만투스, 아이리스, 베르가못, 라벤더, 백리향을 사용했고, 생울타리로는 무화과와 로즈마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정원은 설계자의 의도를 알고 볼 때 더 가치 있는 정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골'이 생각나는 정원이었는데, 자연주의적인 시각을 반영하였다고 하니 이해가 됩니다. 또한 그라스류를 향수에 대한 중요성으로 강조하는 시각이 인상 깊습니다. 생각해보면 장미향과, 꽃향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싱그러운 나무향, 숲향, 풀향이 나는 향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요! 쇼가든 특성상 일반 관객들은 정원 내부에 들어갈 수 없고 그 앞에서만 구경하기 때문에 정원에 들어가서 향기를 맡아보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명성에 걸맞게 첼시 플라워쇼는 조경가나 정원 디자이너들이 꼭 가보아야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친 봄에 처음 다녀왔는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정원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처음 가본 첼시 플라워쇼는 저에게 이때까지 생각도 못했던 참신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팔레트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주 단순한 것들도 보면서 '왜 이런 단순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라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고, 쇼에서 보았던 마음에 들었던 것을 과제 이곳저곳에 적용시켜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3개의 정원과, 첼시 플라워쇼의 품종 코너, 소품 코너에 대해 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 취향 포함!)
2022.10.12 - [조경] - 세계 최고의 정원 박람회, 영국 첼시 플라워쇼 후기(2) (2015 Chelsea Flower Show)
세계 최고의 정원 박람회, 영국 첼시 플라워쇼 후기(2) (2015 Chelsea Flower Show)
2022.10.06 - [조경] - 세계 최고의 정원 박람회, 영국 첼시 플라워쇼 후기(1) (2015 Chelsea Flower Show) 세계 최고의 정원 박람회, 영국 첼시 플라워쇼 후기(1) (2015 Chelsea Flower Show) 영국 첼시 플라워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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